지난달 29일 동해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해군 제공
보수 진영이 최근 요란하게 확산시킨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 등 강경론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판가름났다. 정부는 대신 미국 전략 무기 배치를 늘리는 ‘핵우산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모양새인데, 이 또한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미국에 실질적 핵 공유를 요청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된 질문에 “지금 우리 국내와 미국 조야에 확장억제 관련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는데 잘 경청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전술핵을 재배치하기보다는 우리가 현재 가용한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함으로써 북한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들어간 점을 들어 “미국도 전술핵을 재배치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라며, 전술핵 논의엔 선을 그었다.
지난 며칠 동안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 ‘전술핵 재배치’ 같은 극단적 주장이 이어지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근거인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는데다, 중국·러시아의 반발을 부르고, 일본·대만 등 동북아 핵 도미노의 뇌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결정권을 쥔 미국이 부정적 태도를 보이자, 대통령실과 정부가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강조하는 정부는 핵 탑재 항공모함이나 핵 추진 잠수함 등 미국 전략무기의 ‘적시·조율된 전개’를 미국에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위협뿐 아니라 세계 전략을 기준으로 전략무기 운용을 결정하는 미국이 한국이 필요하면 언제든 전략무기를 배치해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또 이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지나치게 미국에 매달리는 구조만 형성될 우려가 있다.
북한은 12일에도 전술핵운용부대에 작전배치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며 ‘핵 시위’의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안보 위기가 고조될수록 현실적이고 세심한 안보 정책을 마련하는 데 온 힘을 다해도 부족하다. 정부와 여당이 비현실적 강경론으로만 치달으며 출구 모색은 전혀 하지 않는 상황이 몹시 위험하고 무책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