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에서 남녀 임금차별 철폐를 촉구하고 있는 참석자들. <한겨레> 자료사진
우리나라 노동자의 남녀 성별 임금격차가 주요 39개국 가운데 가장 크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가 4일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1996년 가입 이래 이 지표에서 26년째 줄곧 1위를 기록 중이다. 선진국을 자처하는 한국의 부끄러운 현주소다. 우리 사회 전체가 더 적극적으로 개선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31.1%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정의한 ‘성별 임금격차’는 2021년 연봉을 기준으로 남녀 노동자를 줄 세웠을 때 각각 한가운데 있는 남성과 여성의 연봉을 비교한 것으로, 한국에선 양자의 차이가 31.1%라는 뜻이다. 조사 대상 국가 중 30%를 넘긴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2020년 31.5%에 견주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이번 조사의 평균치인 12.0%의 두배가 넘고, 한때 한국만큼이나 격차가 심각했던 일본(22.1%)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원인은 오래전부터 다각도로 지적돼왔다. 주로 여성의 경력 단절과 뿌리 깊은 연공서열제가 임금격차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임금체계는 직장에 오래 근무할수록 더 많은 임금을 받게끔 짜여 있다. 그래서 많은 여성이 30대에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고 나면 나중에 직장에 복귀해도 남성 동기들을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임금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개중엔 아예 재취업을 못 하거나 비정규직이 되는 사례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조사가 나오면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저임금,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구조 탓이지 차별은 아니라는 주장도 늘 제기된다. 하지만 같은 직종과 사업장 내에서도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가 주요국 선두권이라는 조사들이 적잖거니와 그런 구조 역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구조적 차별’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남녀임금 격차는 성평등 문제일 뿐 아니라 비혼·비출산으로 인한 ‘인구 절벽’과도 깊은 구조적 연관을 갖는다. 격차 해소를 위해 고위직·관리직 여성 할당제가 오래전부터 제안돼왔지만, 아직은 구호에 그치거나 도입한 경우가 소수에 불과하다. 지난 대선에서 주요 후보와 정당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드러냈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서는 별 진전이 없다. 정부는 ‘성별 근로 공시제’ 도입 같은 사후 대책 위주의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근본적인 접근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 기조라면 내년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