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4고로(용광로)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검토 의견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냈다고 한다. 탄녹위는 탄소중립 관련 정책을 심의하는 정부 최상위 결정기구로, 내년 3월 ‘온실가스 감축 이행 로드맵’과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확정한다. 탄녹위의 이번 의견 제출은 윤석열 정부가 국제사회 흐름에 역행해가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낮추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21.6%로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30.2%)에서 8.6%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대신 화석연료 비중은 41.3%에서 42.6%로, 원자력발전 비중은 23.9%에서 32.4%로 늘려놨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전세계가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 제도를 강화하며 속도를 높이고 있는데, 우리만 정반대 쪽으로 달려가려는 셈이다.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유럽의회는 18일(현지시각), 2030년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2005년 대비 43%에서 62%로 높이기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를 크게 개편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 해상 운송에, 2027년부터는 도로 교통과 건물 난방도 탄소배출권 적용 대상에 포함해 규제한다. 탄소배출권 자체도 크게 줄인다. 앞서 유럽연합은 2026년부터 철강 제품 등 7가지 품목을 유럽연합에 수출하는 기업에 ‘탄소 국경세’를 부과하기로 지난주 결정한 바 있다.
하나같이 탄소배출에 따른 비용을 크게 늘리는 정책이다. 우리 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그만큼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한다. ‘아르이(RE)100’(제품 생산 전과정의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100% 충당하겠다는 선언) 참여도 더는 늦추기 어렵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의 부족분을 원전으로 벌충하겠다고 하지만, 원전은 애초 ‘아르이100’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재생에너지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기업들이 피해를 오롯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탄중위 위원들과 만나 “탄소중립이라는 것이 우리 산업의 부담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낮추라는 취지였으나, 자신이 임명한 위원들 다수는 ‘정부 정책이 우리 산업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