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과로 탓 ‘산재 자살’ 가장 많은데, 집중근로 늘릴 땐가

등록 2022-12-20 18:28수정 2022-12-20 18:33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월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간 제도 개편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월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간 제도 개편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3년간 근로복지공단에서 ‘자살 산재’ 판정을 받은 사례 가운데 과로가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된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분석한 결과다. 우리나라의 일터에 여전히 죽음을 떠올릴 정도의 과로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정부는 ‘노동시간 유연화’라는 미명 아래 ‘몰아서 바짝 일하기’를 부추기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어 우려가 크다.

<한겨레> 20일치 보도를 보면, ‘직장갑질119’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산재 신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살로 인한 산재 신청 건수가 2019년 72건에서 지난해 158건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도 2019년 47건에서 2021년 88건으로 늘었다. 특히 ‘직장갑질119’가 같은 기간 ‘자살 산재’ 승인이 난 196건 가운데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자료를 받은 161건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분석해보니, 노동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가장 큰 사유가 ‘과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로가 58건(중복 사유 포함)으로 전체의 36%를 차지했다. 징계 및 인사처분(32.3%), 직장 내 괴롭힘(29.8%)이 뒤를 이었다.

과로를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주 52시간 상한제’를 실질화하기보다는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악’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1주 12시간’인 연장근로의 정산 기간을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산 기간이 길어질수록 장시간 몰아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 집중근로에 따른 과로 가능성도 커진다. 예컨대, 정산 단위를 분기로 할 경우 최장 4주 연속 69시간 근무도 가능해진다. 고용노동부 고시인 ‘뇌심혈관 질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은 노동자가 4주 연속 64시간을 초과해 일한 경우 질병과 업무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한다. 정부의 노동시장 개편 방안을 두고 노동계에서 ‘과로사 촉진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와 여당은 올해 말 종료 예정인 ‘30인 미만 사업장 주 52시간제 적용 유예’ 조처에 대해서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1년6개월을 미뤘는데 적용 예외 기간을 더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기업 활동의 자유 못지않게 노동자의 건강권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 ‘바보 전략’인가 ‘바보’인가 1.

윤석열 ‘바보 전략’인가 ‘바보’인가

주술정치의 종막과 개혁의 서막 [안병욱 칼럼] 2.

주술정치의 종막과 개혁의 서막 [안병욱 칼럼]

[사설] 국민의힘 ‘윤석열 손절’하고 내란 특검법 협의 나서야 3.

[사설] 국민의힘 ‘윤석열 손절’하고 내란 특검법 협의 나서야

[사설] 체포되고도 법 무시 윤석열, “포고령 잘못 베꼈다” 궤변 4.

[사설] 체포되고도 법 무시 윤석열, “포고령 잘못 베꼈다” 궤변

우리는 ‘멍청함’과 싸워야 한다 [왜냐면] 5.

우리는 ‘멍청함’과 싸워야 한다 [왜냐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