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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너무 쉽고 가볍게 “응징·보복” 입에 올리는 윤 대통령

등록 2022-12-29 18:04수정 2022-12-29 18:42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무인기 개발 현황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무인기 개발 현황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북한의 무인기 영공 침범과 관련해 “확고한 응징과 보복만이 공격과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불법적인 전쟁에 대비하고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수위 높은 발언까지 이어갔다. 안보 불안 해소가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부적절하고 신중하지 못한 것이다. 북한이 최근 다양한 형태의 도발과 위협을 반복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한껏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맞불’ 대응을 주문하는 듯한 발언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작심한 듯 강도 높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자위권 행사는 확실하고 단호하게 해야 한다”며 “상대에게 핵이 있든, 대량살상무기가 있든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쟁 준비’, ‘전쟁 대비’라는 말도 각각 두 차례씩 반복했다. 격추 실패 등에서 비롯된 국민의 불안감을 달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제때 소집하지 않은 문제 등을 의식해 일부러 내놓은 고강도 발언일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선을 넘어선 안 된다. 특히 전국민을 참화로 몰아넣을 수 있는 ‘전쟁’은 대통령이 가볍게 입에 올려서는 안 될 말이다.

발언의 강도를 높인다고 해서 북한이 도발을 멈출 리도 없다. 오히려 그들 의도에 이용당할 공산이 커질 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6월 당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대남 ‘대적투쟁’, 대미 ‘강대강 정면승부’ 기조를 밝힌 뒤 군사적 도발 수위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렸다. 그간 수시로 쏜 미사일과 방사포가 얼마나 많은지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렵다. 김 위원장은 무인기 침범 직후인 지난 27일에도 “더욱 격앙된 투쟁방략을 세울 것”이라며 도발 수위 상승을 예고했다. 마지막 남은 제7차 핵실험을 정당화하기 위한 행동에 우리가 명분을 보태줄 이유는 없지 않나.

대통령이 강조한 응징과 보복은, 공격과 도발 억제가 아니라 자칫 무력 충돌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필요 이상의 무력 대응이 확전으로 번진 불행한 사례는 인류사에 수없이 많다. 대통령의 자극적인 말은 위기의식을 부추겨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1번 책무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방지하는 데 있다. 혹여 대통령의 발언이 ‘보수 결집을 위한 국내 정치용’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지 않도록 좀 더 절제된 언급과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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