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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불쏘시개 뒤집어쓴 방음터널, 불연성 소재로 모두 바꿔야

등록 2022-12-30 18:05수정 2022-12-30 18:35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지고 중화상을 입은 3명을 포함해 38명이 다쳤다. 차를 타고 멀쩡한 도로를 달리던 무고한 이들이 그렇게나 많이 아까운 목숨을 잃거나 다쳤으니 참담하다.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 불이 나면 큰 사고로 번질 수 있는 반밀폐된 방음터널을 불에 타기 쉬운 재료로 지을 수 있게 허용하고 방치해둔 것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아직도 곳곳에 안전 불감증이 키워놓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사고는 길이 830m 방음터널에 진입한 폐기물 수거 트럭에서 불이 나면서 시작됐다. 불이 트럭에 실려 있던 폐기물로 옮겨붙어 운전기사가 차에 있던 소화기로 끄려 했으나 실패했고, 곧 방음터널의 벽과 천장으로 옮겨붙었다고 한다. 사망자 5명이 모두 4대의 차 안에서 발견된 것은 불이 얼마나 순식간에 번졌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갓길을 포함해 왕복 8차선 도로가 모두 화염에 휩싸인 장면은 다시 보기가 무서울 정도다. 이날 화재로 전기가 끊겨, 터널 진입 차단 장치도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사고가 난 방음터널은 알루미늄 철골 구조에 아크릴의 일종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소재로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강화유리 같은 재료에 견줘 값이 싼데다 가볍고 설치가 쉬워 많이 쓰인다고 한다. 문제는 불에 잘 타고 유독가스까지 내뿜는다는 점이다. 이날 소방당국이 인접 소방서까지 총출동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소방차 77대를 투입했지만 불을 끄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

폴리메타크릴산메틸 소재 방음터널에선 2020년 8월에도 사고가 난 바 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하동 나들목 고가차도에서 승용차에 난 불이 방음터널 벽으로 옮겨붙어 터널이 200m가량 불탔다. 하지만 당시엔 폴리메타크릴산메틸 소재의 화재 취약점은 의제로 부각되지 않았다.

주택법은 공동주택 건설지점의 소음도가 기준치를 넘을 경우 방음터널 등 방음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방음터널에 불연 소재를 사용하는데, 우리나라에선 구조체와 방음판의 안전성을 고려한 구체적인 성능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그래서 강화유리를 사용하거나 제연 설비를 설치한 곳이 매우 드물다. 이번 사고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방음터널에는 가연성 소재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전국의 모든 방음터널을 대상으로 서둘러 실태조사를 벌이고 개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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