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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서민들 고금리·여신회수 시달릴 때 성과급 잔치하는 은행들

등록 2023-01-06 18:05수정 2023-01-06 18:37

지난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부착된 대출 안내문.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부착된 대출 안내문. 연합뉴스

은행들이 연초부터 성과급 잔치에 바쁘다. 많게는 기본급의 400%를 지급한다. 고금리 탓에 대출자들이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신용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은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대부업체로, 일부는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며 잔치를 벌이고 있다. 시장 원리가 원래 그런 거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굶주린 사람들을 앞에 두고 사방 가득 냄새를 풍기며 고기를 굽는 건 야만적인 일이다.

농협은행은 기본급의 40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신한은행은 361%로 책정해 300%는 현금으로 지급했고, 나머지는 자사 주식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케이비(KB)국민은행도 기본급의 28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별도로 340만원의 특별격려금을 지급한다. 모두 지난해보다 실질 지급률을 높였다. 지난해 200%를 지급한 우리은행, 300%를 지급한 하나은행도 성과급을 늘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은행들이 이렇게 성과급 잔치를 벌일 수 있는 것은 지난해 실적이 매우 좋기 때문이다. 6일 한화투자증권이 내놓은 4대 금융지주회사의 2022년 연간추정실적 자료를 보면, 이들의 지난해 순이익은 17조원으로, 2021년에 견줘 14.6% 늘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시기에 예대금리차가 커진 것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4대 금융지주 순이자수익 합계액이 43조1960억원으로, 2021년보다 18.6%나 급증한 것이다. 실적 개선이 고객가치 증대 등 경영 혁신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국면에서 별 어려움 없이 얻은 횡재였던 셈이다.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키워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소수 은행에 의해 지배되는 과점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당국이 금리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경쟁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2016년 케이(K)뱅크, 2017년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 영업을 허가해 경쟁 촉진을 기대했으나,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중금리 대출 활성화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 공급이 당초 기대에 미달했다”고 평가했다.

경쟁 활성화는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의 몫인데다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지금은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익 추구에만 매몰되지 않고, 횡재로 거둔 이익을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민 경제의 발전’에 쓰도록 일부 환원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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