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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국 반도체 보조금, 우리 기업에 족쇄 안 되게 해야

등록 2023-02-26 18:10수정 2023-02-27 02:39

지난해 5월20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해 5월20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제재 조처로 인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일정 기술 수준 이상의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게 될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 정책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큰 타격을 입지 않도록 정부의 전략과 외교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앨런 에스테베즈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지난 23일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를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가 고성능 컴퓨팅용 칩, 특정 수준 이상의 첨단 반도체 생산에 활용되는 장비의 중국 반입을 금지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1년 유예’를 받았다. 오는 10월 이 기간이 끝나는데, 미국이 유예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것은 물론 중국 내 반도체 생산에 대한 추가 규제를 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침이 현실이 되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중국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40%를, 중국 우시 공장은 에스케이 전체 디(D)램 생산량의 약 48%를 차지한다. 두 기업은 중국에 50조원이 넘는 누적 투자를 한 상태다. 당장 미국 정부는 28일부터 ‘반도체 지원법’(칩과 과학법)에 따라 자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주는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거나 투자를 계획 중인 삼성전자와 에스케이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향후 10년간 중국 등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우려국에 대한 반도체 시설 투자를 제한하는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미국이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중국 반도체 공장은 구형 반도체밖에 생산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확보를 막으면서, 미국 내에 첨단 기술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국가 주도 산업정책을 비판해온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에 따라 동맹 기업들에 피해를 강요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의 정책으로 주력 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치밀한 전략을 마련하고 치열하게 협상해야 한다. 지난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차별을 당했던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미국에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외교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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