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KT)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에 올랐다가 사퇴한 윤경림 케이티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케이티 제공
윤경림 케이티(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가 22일 사퇴 의사를 밝히고 23일 이사회가 수용했다. 윤 후보자는 지난 7일 이사회에서 선임됐는데, 31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불과 여드레 앞두고 물러났다. 그는 22일 이사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다. 내가 버티면 케이티가 더 망가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여권의 강한 압력에 밀린 사퇴임을 내비친 것이다.
케이티 이사회는 앞서 ‘쪼개기 후원’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구현모 현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로 결정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결국 구현모 현 대표가 자진 사퇴하고 이사회가 새로 뽑은 사람이 윤 후보자다. 그런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을 비롯한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케이티 이사회가 윤 후보자를 선임하기도 전인 3월2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현직 케이티 이사들을 비판하고 윤씨를 ‘구현모 아바타’라고 비난했다. 일찌감치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윤 후보자는 새 사외이사 후보 선임 등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케이티 대표로 윤 후보자가 적임자든 아니든, 정부나 정치권이 선임에 개입할 권리는 없다. 케이티는 정부 지분이 전혀 없고, 소액주주가 57% 넘게 지분을 가진 민간기업이다. 국민연금이 10.12% 지분을 가졌지만, 의결권 행사는 따로 정해진 절차에 따르게 돼 있다. 지배주주가 없는 회사로서 이사 선임 절차 등을 둘러싸고 문제 제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주들이 중심이 되어 개선해야 할 일이다. 글래스루이스와 아이에스에스(ISS), 한국이에스지기준원(KCGS) 등 3개 국내외 의결권 자문회사는 윤 후보자를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낙하산 인사는 기업 경영을 이권 챙겨주기와 부패로 이끌어가기 쉽다. 구현모 현 대표를 포함해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등 4명의 케이티 전·현임 대표가 형사처벌을 당하거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치권의 인사 개입이 빚은 파행의 악순환은 그만 끊어야 한다. 케이티 주가는 구현모 현 대표가 연임 의사를 표시한 지난해 11월8일 이후 23일까지 16.5% 떨어졌다. 여권은 업무방해로 비칠 수 있는 인사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 케이티 이사회는 낙하산 인사를 끝까지 배격하고, 주주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새 후보자를 선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