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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독일 최대 은행까지 휘청, 금융당국 신뢰 확보 최선을

등록 2023-03-27 18:00수정 2023-03-28 02:39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도이체방크 본사 사옥. AP 연합뉴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도이체방크 본사 사옥. AP 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발 은행 위기가 유럽으로 번져 세계 굴지의 은행들이 잇따라 휘청이고 있다. 불안해진 시장이 약한 고리를 찾아 폭탄을 돌리는 모양새다.

지난 주말 독일의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도이치은행)를 비롯한 유럽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뱅크런 사태를 겪었던 크레디스위스가 유비에스(UBS)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160억스위스프랑(약 22조원)에 이르는 코코본드를 전액 상각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코코본드를 비롯한 신종자본증권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들의 자본력 확충을 위해 도입한 것으로, 유사시 투자 원금이 주식으로 강제전환되는 조건이 붙은 회사채다. 도이체방크의 코코본드(AT1)는 ‘보통주자본’(CET1) 대비 17.7%로, 유럽 은행 평균(약 16%)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도이체방크는 10분기 연속 흑자를 내는 등 재무 상태가 건전하다며 코코본드 조기 상환 의지를 밝혔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금융권으로 위기가 전이되는 현상은 발견되지 않는다. 국내 은행은 유럽과 달리 총자본 대비 코코본드 비중이 높지 않은 편이다. 금융 지주별로 신종자본증권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금융지주로 총자본의 9.29%를 차지한다. 국내 은행의 코코본드 발행 잔액은 31조5천억원이다.

이번 위기의 본질은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금융시장 위축에 있기 때문에 당분간 신용 경색과 불안 심리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부동산 경기가 냉각하면서 피에프(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증권사의 부동산피에프 연체율이 2021년 말 3.7%에서 2022년 9월 말 8.2%로 2배 이상 높아졌다. 분양이 안 돼 대출 회수가 지연되는 비율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제2금융권의 부동산피에프 대출·보증 등 위험노출액은 115조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춘천의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사태에서 확인했듯이, 작은 움직임도 금융시장 전체를 뒤흔들 만큼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다. 은행의 위기 관리와 정부 당국의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 공유를 통한 신뢰 확보가 우선이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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