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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총리 사임과 함께 이뤄져야 할 것들

등록 2006-03-14 20:14

사설
이해찬 국무총리가 3·1절 골프 파문과 관련해 어제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당의 뜻을 존중하겠다”며 수리할 뜻을 분명히했다. 그동안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고려해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강수’를 두지 않겠느냐는 일부 관측도 있었지만, 노 대통령의 의견 표명으로 이런 혼선은 없을 것으로 정리됐다.

노 대통령이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판단을 내려 사안을 정리한 것은 잘했다고 본다. 이 총리가 그동안 분권형 총리로서 비교적 안정된 국정운영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당혹스럽고 안타깝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국정 운영의 틀을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 머뭇거릴 사안이 아니었다. 이번 파문이 보름 가까이나 지속돼 온데다 온국민의 눈귀가 온통 총리의 신상문제에 쏠리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총리가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도 적절한 자세였다. 국민의 신뢰가 국정 운영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골프 모임에 대한 해명과정에서 말 뒤집기가 몇 차례 있었고, 이 총리의 주변 사람들과 골프 모임에 참가한 기업인 사이에 여러가지로 의심스런 주식투자가 이뤄진 의혹 등이 눈덩이처럼 커진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총리직 수행이 불가능하다. 정치적으로도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사실상 총리 사퇴를 압박하는 상황이었다. 분권형 국정운영은 원칙과 틀 문제이지 사람 문제는 아니다. 정치의 요체는 될수록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국민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였는지, 자만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역대 정권을 돌아볼 때 국민이 집권층을 외면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주요 정책에 대한 판단 착오뿐 아니라 권력 주변의 비리와 오만함이었다. 국민의 눈을 조금이라도 의식했다면 3·1절에, 그것도 철도파업이 이뤄진 상황에서 고위공직자가 한가하게 골프를 하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흐트러진 흔적이 역력한 공직 윤리를 가다듬어 집권 후반기의 기강을 바로잡기 바란다. 기득권화한 민주세력이니 배부른 좌파니 하는 비아냥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국가 운영의 틀을 반듯하게 하려면 집권층이 자기 몸가짐부터 똑바로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미 노 대통령이 총리의 사의를 받아들이기로 한 만큼 여야는 총리 골프 문제를 더는 정치쟁점화 하지 말기를 바란다.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보고 대응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은 다가온 지방선거에 유불리만을 따져서 조건반사적으로 정쟁을 벌이지 말고 양극화 해소 방안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정규직 문제 등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책임있게 논의하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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