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 시사에 러시아는 “적대적 반러 행위”라고 반발했고, 중국은 윤 대통령의 대만해협 언급에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 대통령의 노골적 ‘미국 편중’ 외교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점점 커진다.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1일 사실상 윤 대통령을 겨냥해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스스로를 태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대만해협 긴장 고조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언급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는 중국은 다른 나라의 대만 관련 언급을 내정간섭으로 간주해 민감하게 대응한다. 중국 외교당국이 “말참견”이라고 비판하자, 외교부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맞받고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했다. 중국의 거친 태도도 문제지만, 대만 문제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왜 굳이 분란을 자초한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앞서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 발언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에 “어려움에 빠진 제3국에 군사지원을 못한다는 조항이 없다”고 말해 사실상 지원 가능성을 거듭 밝힌 셈이 됐다. 또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는 러시아의 행동에 달려 있다”, “인터뷰 내용을 잘 읽어보라”고 맞받는 등 오히려 상황을 키우고 있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며 한·미·일 공조에만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주변국을 잠재적 ‘적’으로 돌리는 이런 편중 외교는 안보·경제 등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중·러가 북한과 군사적 밀착을 강화할 경우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러시아에 진출한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150여개 한국 기업들의 운명이 불안하고, 이미 최대 적자국으로 돌아선 중국과의 경제 협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국익 우선 외교’였다. “공허한 이념이 아닌 실질적 국익”을 추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중·러 마찰을 불사하며 얻은 국익이 뭔가. 최근 상황을 보면,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 속에 한국이 맨몸으로 최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듯하다. 미국과 한국의 국익은 다르다. 한-미 동맹은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연일 부르짖는 ‘가치 동맹’은 ‘실질’보다 ‘이념’에 가까워 보인다. 주변국과의 충돌까지 불사하며 ‘가치 동맹’을 지키는 것이 누구의 국익을 위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