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티에프(TF)’ 초청간담회에서 ‘방사능 공포 괴담과 후쿠시마’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현장 시찰단 규모와 일정을 확정했다. 현장에서 실태를 직접 확인하는 일정은 23~24일 이틀이고, 오염수를 직접 채취해 별도로 검증하진 않는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들러리’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19일 국무조정실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단장을 맡고, 원전·방사선 전문가 19명과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 등 총 21명의 시찰단이 21일부터 파견된다고 발표했다. 정부 관련 전문가들만 참여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10명 내외 자문그룹도 구성한다고 밝혔지만, 민간 전문가는 현장 시찰단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는 데 사용한 오염수를 담아둔 1060개의 탱크 가운데, 약 30개(2.8%)는 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로 정화를 거듭해 기준을 맞춰놓은 상태다. 그래서 시찰단이 일본이 미리 준비해놓은 극소수의 ‘안전한’ 물탱크만 살펴보고 전체적인 방류의 안전성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알프스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의 안전성에 논란이 집중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오염수에 삼중수소 외에도 세슘·스트론튬·요오드 등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다고 지적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매일 100톤 넘는 오염수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40년 넘게 방류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장기간의 방류가 인체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어떤 전문가도 장담할 수 없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시찰단이 출발도 하기 전에 여당이 국내 우려를 ‘괴담’으로 비난하면서 일본 입장만 옹호하는 행태다.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티에프(TF)’는 19일 “후쿠시마 물 1리터를 바로 마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티에프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최근 오염수 해양 방류 우려는 “사드 괴담이나 광우병 괴담과 비슷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생태계와 건강에 되돌릴 수 없는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안전을 거듭 확인하고 대안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 어민들과 시민사회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대안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도 ‘괴담’인가.
시찰단은 한국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묵인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당은 합리적인 문제 제기마저 ‘괴담’으로 폄훼하는 정치적 여론몰이부터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