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18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회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와 관련해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해 강제 해산했어야 했다고 19일 주장했다. 앞서 지난 18일 윤희근 경찰청장은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를 막겠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근거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황당한 발언들이다.
박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물대포 없애고 수수방관하는 물대응으로는 난장집회를 못 막는다. 난장집회 해산은 탄압이 아니라 법치”라고 말했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법치’가 아니다. 지난 16일 건설노조의 집회는 법원의 허가를 받은 합법 집회였다. 비록 출근길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일부 있었지만, 경찰도 “폭력을 행사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법 위반 사항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런 집회를 무슨 근거로 물대포까지 동원해 해산해야 한다는 말인가. 특히 물대포는 2016년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살수차 물대포에 맞아 숨진 이후 경찰 스스로 사용을 금지했다. 물대포가 기준치 이상의 수압으로 사람에게 직사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살상용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국민의 일상을 해치는 불법, 탈법 시위가 발붙일 수 없게 관계법령 개정에 나서겠다”고 했는데, 경찰의 물대포 사용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인가.
윤 청장의 발언은 공권력 집행 기관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가 크다. 윤 청장은 “건설노조처럼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는 금지·제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렇게 되면 ‘신고제’인 집회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은 “불법 집회 전력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일관되게 판결해왔다. 윤 청장의 말처럼 경찰이 과도하게 강경 대응할 경우 집회 참가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오히려 불필요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백남기 농민’과 같은 비극적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윤 청장의 이런 비합리적 강경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온 것인가.
정부와 여당의 강경한 태도가 보수언론의 ‘건폭몰이’식 보도 뒤에 나온 것도 예사롭지 않다. 특히 <조선일보>는 건설노조 조합원이 고 양회동 지대장의 극단적 선택을 방조했다는 의혹에 이어 <월간조선>은 그의 유서가 대필됐다는 얼토당토않은 의혹까지 제기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30년 전 민주화 이전 권위주의 시대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되살아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