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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도 넘는 ‘반인권 발언’ 이충상 위원, 인권위원 자격 없다

등록 2023-05-25 18:00수정 2023-05-26 10:06

인권단체들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이충상 상임위원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곽진산 기자
인권단체들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이충상 상임위원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곽진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성소수자 혐오 등 반인권적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하는 국가인권위의 핵심 구성원이 오히려 천박한 인권 의식을 드러내 물의를 빚고 있으니 그 자리에 없느니만 못한 꼴이다.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은 지난달 13일 ‘군 신병훈련소 인권상황 개선 권고’를 논의하는 상임위원회에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 담긴 반대 의견서를 내고 이를 소수의견으로 결정문에 포함시키려 했다. 이 의견서에는 ‘게이(남성 동성애자)들은 기저귀를 차고 다닌다’ 등 보수 기독교계의 성소수자 관련 혐오·허위 주장들이 담겨 있었다. 논의 안건과도 관련 없는 내용이었다. 결국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다수 위원의 제지로 이 위원의 의견은 최종 결정문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권단체들은 지난 23일 인권위에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진정을 냈다. 인권위 상임위원이 인권침해 진정 사건의 ‘피진정인’이 된 것이다.

지난해 10월 여당 몫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선임된 이 위원은 이 밖에도 여러차례 인권적 시각이 결여되거나 되레 인권에 역행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 3월23일 상임위에서는 훈련병의 휴대전화 사용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훈련소에서는 자살·자해가 없다”고 사실과 다른 근거를 댔다. 인권단체인 군인권센터가 파악한 최근 몇년간 훈련소 자해사망 사건만 2017년 1건, 2018년 1건, 2020년 2건, 2021년 1건 등 거의 매년 일어나고 있다. 또 ‘2022 인권상황보고서’를 논의한 지난 3월9일 상임위에서는 이태원 참사가 ‘충분히 예방 가능한 재난’이라는 문구에 반대하며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28일 인권위가 노동쟁의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을 처리하도록 국회에 의견을 낼 때도 이 위원만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며 반대했다.

인권위원은 “인권 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국가인권위원회법)이어야 한다. 더구나 전체 위원 11명 중 3명인 상임위원은 더 막중한 위치다. 그런데 이 위원은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성소수자 차별 금지 등 이제 상식이 된 인권 기준조차 무시하며 혐오·허위 발언으로 인권을 짓누르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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