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들에 이어 국내 기관들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상저하고’ 전망을 반복하며 무작정 반도체 경기회복에만 모든 걸 내맡긴 듯한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수정 발표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 1.4%는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이 낮춰 발표한 1.5%보다 낮은 수치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0.7%)을 제외하면,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1.4%에서 1.1%로, 피치는 1.9%에서 1.2%로 더 비관적인 수정 전망치를 제시했다.
국내외 기관들이 잇따라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계속 낮추는 것은 다른 나라의 경기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실제로 수출이 7개월째 줄면서 무역 적자가 14개월째 쌓이고 있고,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재정적자는 올해도 이어져 2년 연속 쌍둥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감소로 인한 고용 감소도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이렇게 성장전망 후퇴가 이어지면서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민생고가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진다.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소득하위 1~3분위는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등 저소득계층일수록 어려움이 더 컸다.
하지만 정부 태도에선 전혀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다. 애초 정부는 중국의 리오프닝(코로나 봉쇄 해제) 효과에 기대를 걸었으나, 실제 국내 경기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이젠 반도체 경기회복만을 바라고 있다. 삼성전자 감산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수출 감소 현상은 반도체만이 아니라 석유화학, 철강, 디스플레이, 컴퓨터, 바이오 헬스 등 자동차를 제외한 거의 전 품목에서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경기만 회복되면 다 잘될 것이라며,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천수답 정책으로는 한국 경제의 회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전세계적인 블록경제화 현상과 미-중 갈등이 군사안보를 넘어 경제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미국과 중국 모두와 교역 비중이 높고 중간재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은 최대 피해국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총체적으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그런데 도대체 정부는 어디서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 긴장감 있는 대응과 실질적인 대책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