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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병원 찾다 사망’ 응급의료 공백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등록 2023-05-31 18:27수정 2023-06-01 02:40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0일 경기 용인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헤매다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응급 환자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이 남성은 2시간여 동안 병원 12곳을 돌다가 숨졌다. 찾아간 병원들에선 병상이 없거나 응급수술을 할 여력이 안 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에도 대구에서 10대 청소년 환자가 건물에서 추락한 뒤 구급차를 타고 2시간30분가량 병원을 찾다가 숨진 사건이 있었다. 응급의료 공백으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생명을 잃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증 응급환자의 적정시간 내 최종 치료기관 도착률은 49.6%에 그친다. 절반은 환자 이송 단계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하는 건수는 2021년 기준 7634건에 이르는데, 재이송 사유 가운데 16.2%는 ‘응급실 병상 부족’이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2023~2027)’을 내놓으면서, 권역응급의료센터 40곳을 중증응급의료센터로 명칭을 바꾸고 이를 60곳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필수의료 분야 의사 확충 등 응급의료 기반을 다질 대책이 비어 있다는 비판을 샀다.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고 응급실 병상이 부족해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응급환자를 수술할 의사가 부족해서다.

전날 70대 환자의 사망 사건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여당은 31일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를 소집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응급 환자에 대한 병상이 없을 경우, 경증 환자를 내보내서라도 병상 배정을 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 원스톱 응급이송 시스템을 통해 환자 이송 출발 단계부터 빈 병상과 집도의 등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병상과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 구분 체계를 바로잡는 것으로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당정은 4월5일에도 ‘10대 청소년 환자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협의를 벌였지만, 기존에 발표한 대책의 재탕이었다.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예산을 늘리는 한편, 의대 정원 증원과 더불어 필수의료에 종사할 의사 수를 확충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응급실을 찾다가 거리에서 숨지는 사건을 이대로 계속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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