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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념식 처음 불참한 정부, 이젠 6·10정신도 폄하하나

등록 2023-06-11 18:09수정 2023-06-12 02:39

1987년 6·10민주항쟁에 참여했던 김정표씨가 1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제36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민주항쟁을 기억하는 편지를 읽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987년 6·10민주항쟁에 참여했던 김정표씨가 1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제36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민주항쟁을 기억하는 편지를 읽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장기집권에 저항한 6·10 민주항쟁을 기리는 공식 기념식에 불참했다. 이 행사가 200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는 행사를 주관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윤석열 대통령 퇴진’ 구호를 내건 다른 행사를 후원했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기념사업회는 사전에 이를 몰랐을 뿐 아니라, ‘퇴진 구호’를 확인한 즉시 지원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념식의 주최자인 정부가 끝내 불참한 것은 6·10 민주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경시하는 부당한 처사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기념식에 장관 직무대행인 한창섭 차관이 참석하기로 했으나, 지난 9일 ‘산하 공공기관(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 정권 퇴진 구호를 내건 행사에 후원단체로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로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 1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제36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은 정부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인사들의 불참 속에 진행됐다. 행안부는 기념사업회에 대해 사상 첫 특별감사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념사업회는 ‘정권 퇴진’ 구호를 내건 행사 광고가 게재된 지난 8일 이 행사에 대한 지원 취소 결정을 내렸을 뿐 아니라, 앞으로 3년간 이 단체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후원 단체에도 정치적 내용의 사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국가 예산을 지원받는 공적 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했는데도 정부가 기념사업회에 대한 특별감사까지 들고나온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일으킨다.

정부와 여당은 시민단체의 보조금 문제를 빌미로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들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서울시 보조금 전용 여부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명목은 보조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를 옥죄기 위한 목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기념사업회에 대한 특별감사도 이런 목적에서 추진하려는 게 아닌가.

1987년 6·10 민주항쟁은 군사독재정권에 맞선 시민들의 용기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자랑스러운 역사다. 윤석열 정부도 이러한 역사의 연장선에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국빈방문 때 미 의회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역설한 바 있다. 그런 대통령을 가진 정부가 자국의 민주주의 정신을 기리는 행사는 억지 핑계로 보이콧하다니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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