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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돈줄 죄어 공영방송 길들이는 것이 방통위 역할인가

등록 2023-06-15 19:11수정 2023-06-15 21:22

사회 각계 원로 인사들과 언론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티브이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을 규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회 각계 원로 인사들과 언론단체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티브이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을 규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한국방송>(KBS) 티브이(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시행령 개정에 본격 착수했다. 대통령실이 지난 5일 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티브이 수신료 분리 징수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지 9일 만이다. 공영방송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일을 이렇게 속도전 치르듯 밀어붙이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돈줄을 죄어 공영방송을 길들이는 일이 그리도 급한가.

방통위는 이날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관한 사항’을 전체회의에 보고했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43조 2항)은 한국방송으로부터 수신료 징수를 위탁받은 사업자는 자기 고유 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하여 수신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런 ‘결합 고지’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전은 그동안 이 조항을 근거로 한국방송과 위탁계약을 맺고 전기요금 고지서에 티브이 수신료를 통합해 징수해왔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전기요금과 수신료 고지서가 분리돼 수신료 납부가 크게 감소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전체 수입의 45%를 수신료에 의존하는 한국방송으로서는 엄청난 압박이 아닐 수 없다. 김의철 한국방송 사장이 대통령실의 분리 징수 권고가 나온 지 사흘 만인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어 “분리 징수 방침이 철회되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정부의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 과정은 졸속 그 자체였다. 대통령실이 뜬금없이 ‘국민제안’ 누리집을 통해, 의도가 다분히 의심되는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부터가 그렇다. 공영방송의 존립과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를 온라인 찬반 투표로 결정하겠다는 발상 자체도 문제이거니와, 그마저도 중복 투표(어뷰징)가 가능한 엉터리 조사로 확인됐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대놓고 여론몰이를 하는 식이다. 방통위 상임위원 5명 중 최근 면직된 한상혁 위원장을 포함해 2명이 공석인 상태에서 정부·여당 쪽 위원 2명의 주도로 서둘러 시행령 개정을 강행한 것도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윤석열 정부는 서둘러 수신료 분리 징수를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의 방통위원장 임명 추진도 더해진다. 이 모든 것이 한국방송을 정권에 고분고분한 방송으로 길들이려는 것이고, 그 종착점은 ‘땡윤 뉴스’일 거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이게 ‘방송 장악’이 아니고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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