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온라인 게시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검정 후드티를 입은 남자가 흉기를 들고 뛰어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10대 남성을 제압해 체포했다. 그러나 이 남성은 평소처럼 후드티를 입고 달리기를 하던 중학생이었다. 체포 과정에서 학생은 전신에 상처를 입었다. 학생의 아버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아들은 살려달라며 ‘저는 그냥 중학생’이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수갑을 채웠다”며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잘못된 신고로 인한 무자비하고 강압적인 검거로 미성년자 피해자까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무섭다”고 했다.
잇따른 무차별 흉기 난동 여파 속에 오인 신고와 부주의한 공권력 집행이 빚은 사건이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게 이런 일은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흉기 난동으로 인한 시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강경 대응을 천명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물리력 사용 등만 일방적으로 강조하다 보면 이번처럼 무고한 시민의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문에서 “흉기 난동 범죄에 대해서는 총기, 테이저건 등 정당한 경찰 물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며 “흉기 소지 의심자와 이상 행동자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선별적으로 검문검색하겠다”고 밝혔다. 윤 청장의 담화 내용에 따르더라도 의정부 중학생은 ‘법적 절차에 따라 검문검색’할 대상이었지 다짜고짜 물리력으로 제압할 대상은 아니었다. 상부의 지시가 현장에서 왜곡된 지침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7일 “범인 제압 과정에서 유형력을 행사했다가 폭력 범죄로 처벌된 일부 사례 때문에 경찰 등 법 집행 공직자들이 물리력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며 “검찰은 물리력을 행사한 경찰 및 일반 시민에게 위법성 조각 사유와 양형 사유를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해 적용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흉악범 제압 과정의 정당한 물리력 사용에 대해선 이미 면책 범위가 확대돼 있는 상황에서, 이런 메시지가 자칫 현행법의 한계를 넘는 물리력 행사까지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오인될까 우려된다.
최근의 흉기 난동범 검거 때도 경찰의 물리력 사용 미진이 문제되진 않았다. 경찰 물리력은 이미 다듬어진 법 규정에 따라 상황의 긴박성 등을 따져 집행하면 된다. 물리력 사용에 대한 일방적 강조는 되레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또 다른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