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역대 최대 세수 결손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 상황이 급변해서 그렇다며 면피성 해명으로 일관했다. 세수 펑크의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부자 감세와 낙관적 경기 전망 역시 고수하고 있어 내년에도 세수 펑크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닌지 걱정이 크다.
추 부총리는 2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규모 세수 오차 발생에 대해 기재부가 특별감사를 해서 국회에 보고해달라’는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세수 추계 실패가) 감사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세계 경제 상황이 워낙 급변해서 주요 선진국도 오차가 많이 나고 있다”고 답했다. 전날 국감에서 의원들의 잇단 추궁에 추 부총리는 “당초 정부 예산안에 비해 59조원 정도 세수 부족 추계 결과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지만, ‘세계 경제 상황 급변’ 등 여전히 남 탓을 하는 것이다.
기재부의 세수 예측 실패가 올해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 부총리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올해 예상 오차율은 14.8%이지만 2022년 15.3%, 2021년 21.7% 등 3년째 두자릿수 오차율을 보였다. 올해는 세금이 적게 걷혀 문제지만, 지난해와 지지난해는 예상보다 세금이 너무 많이 걷혀서 문제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재정 확대에 적극적인 문재인 정부에서는 일부러 세금이 적게 걷힐 것으로 예상해 재정축소를 유도했고, 긴축재정 기조인 윤석열 정부에서는 세수 결손 사태를 자초해 자연스레 재정축소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나온다. 이래저래 정부의 신뢰성에 심각한 균열이 생긴 것이다.
올 한해 내내 국민을 희망고문했던 이른바 ‘상저하고’ 전망도 세수 펑크와 관련이 있다. 하반기가 되면 경기가 괜찮아져 세수도 정상화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세수 결손 규모는 1분기 18조원에서 상반기 40조원으로 늘더니, 9월 기재부 발표에서는 올 연말 기준 60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부족한 재정은 국회 승인 없이 온갖 꼼수로 때우고 있다. 환율 방어에 사용해야 하는 외국환평형기금과 공공자금관리기금도 모자라 한국은행으로부터 마이너스통장까지 갖다 쓰고 있다. 세수 추계 모형을 공개하라는 요구에는 초대형 로펌까지 선임해 소송을 벌이며 거부하고 있다. 이런 정부를 어떻게 믿고 나라 살림을 맡길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