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월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검증 보도’를 한 경향신문과 뉴스버스 기자들을 수사하면서 압수수색 영장 표지에 이 사건과 전혀 무관한 혐의를 적어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한다.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닌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려고 ‘꼼수’를 부린 것이다. 현직 대통령을 위한 수사일수록 정정당당해야 할 텐데, 이렇게 절차적 정의를 무시하면서까지 무리하는 이유가 뭔가.
30일 한겨레 보도 내용을 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부장 강백신)은 최근 경향신문과 뉴스버스 전·현직 기자들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영장 표지 죄명란에 ‘배임수재 등’을 기재했다. 배임수재는 부정한 청탁 대가로 재산상 이득을 취하는 범죄행위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검찰은 앞서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대장동 일당’ 김만배의 돈거래에 배임수재를 적용해, 이들의 녹취록을 보도한 뉴스타파를 수사할 때 이 혐의와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향신문 등이 보도한 내용은 이 녹취록과 전혀 관련이 없다. 실제로 검찰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때 경향신문 기자 등에게 배임수재가 아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다고 한다. 압수수색 영장의 겉과 속이 전혀 달랐던 셈이다.
압수수색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강제수사이기 때문에 엄격한 영장주의를 따른다.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한 문언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함부로 ‘피압수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확장 또는 유추 해석해서는 안 된다. 또 압수수색 대상은 피의사실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 경향신문 기자 등의 압수수색 영장에 ‘배임수재 등’이라고 적어 놓고 실제로는 명예훼손 혐의로 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이러한 원칙에 반한다. 이런 ‘꼼수’ 영장을 버젓이 청구하는 검찰이나, 이런 영장을 발부하는 법원이나 한심하긴 매한가지다. 이런 검찰과 법원에 ‘사법 정의’를 기대할 수 있겠나.
검찰이 현직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에 특수부 검사들을 대거 동원한 것은 전례가 없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그동안 형사부가 맡아 처리했던 명예훼손 사건을 두고 ‘대선개입 여론조작’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 특별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피해자가 윤 대통령이 아니었어도 그랬겠나. 이 총장은 30일 월례회의에서 검찰 구성원들이 언행을 조심할 것을 당부하며 “가장 부끄러운 것은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이 수사에 부끄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