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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영방송 독립성 보장 위한 방송3법, 거부권 명분 없다

등록 2023-11-10 18:25수정 2023-11-10 18:49

전국언론노동조합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 방송법 국회 통과 및 이동관 탄핵 관련 언론노조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 방송법 국회 통과 및 이동관 탄핵 관련 언론노조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나눠먹기 관행을 끊어 어떤 정치세력도 방송을 장악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 법 개정안의 핵심 취지다. 언론학계와 시민사회가 십수년째 요구해온 숙원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곧바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방송 장악 폭주를 멈출 생각이 없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방송 3법은 현재 9~11명인 공영방송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되, 여야 정치권의 추천 몫을 5명으로 줄이고 나머지 16명은 미디어 관련 학회, 각 방송사의 시청자위원회, 직능단체의 추천을 받아 이사를 임명하도록 했다. 지금은 법적 근거도 없이 여야 정치권이 한국방송(KBS)은 7 대 4,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6 대 3의 비율로 이사를 추천한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정권이 바뀌면 온갖 꼬투리를 잡아 옛 여권 이사를 찍어내고 그 자리에 친정부 인사를 앉혀 이사회를 여권 우위로 재편한 뒤 사장을 갈아치우는 일이 반복돼왔다. 김의철 한국방송 사장이 이런 과정을 거쳐 해임됐고, ‘친윤 낙하산’으로 꼽히는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조만간 사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도 해임됐으나, 법원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으로 가까스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처럼 ‘정치적 후견주의’가 강하게 작동하는 기존 공영방송 지배구조 아래에서는 정치권이 공영방송을 선거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악습을 끊어내기 어렵다. 여야 정치권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야당 시절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다가도 정권만 잡으면 슬그머니 태도를 바꾸는 후안무치한 행태가 되풀이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야가 공수를 교대해가며 벌인 ‘공영방송 쟁탈전’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돌아갔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정치권력이 아니라 시민이다.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때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는가. 방송법이 제정된 지 36년 만에 어렵사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영방송 정치독립법’이 거부권에 막혀 무위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영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부리겠다는 심산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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