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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은행들 아직도 ‘팔고 보자’식 고위험투자상품 파나

등록 2023-11-26 18:45수정 2023-11-27 02:44

홍콩H지수 추이. 홍콩증권거래소 화면 갈무리
홍콩H지수 추이. 홍콩증권거래소 화면 갈무리

홍콩에이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큰 폭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투자 규모가 14조원에 이르러 손실 규모도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은행들이 이엘에스를 판매할 때, 홍콩에이치지수의 높은 변동성과 이엘에스 투자의 위험도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투자자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고위험 투자상품 불완전판매 문제로 몇차례 홍역을 치르고도 은행들이 판매 행태를 제대로 개선하지 않았다면 크게 잘못된 일이다.

이엘에스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가 만기까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원금에 더해 약정이자를 받을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주로 은행들이 펀드(ELF)나 신탁(ELT) 형태로 판매한다.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내지만, 만기에 기준 시점에 비해 40% 이상 가격이 떨어지면 원금에 큰 손실을 입게 된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50개 우량 종목으로 구성된 홍콩에이치지수는 변동성이 높아 고수익을 추구하는 고객 대상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널리 쓰인다. 그런데 2021년 2월 1만2000을 넘던 지수가 중국 경제 상황 악화로 지난 24일 6041에 이를 정도로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예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현재 이엘에스 가운데 홍콩에이치지수 급락에 따라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잔액이 약 14조원가량으로, 이 가운데 5대 은행에서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것만 8조원 규모에 이른다. 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못하면 수조원의 손실이 현실화된다. 투자자들이 상품 가입 때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면 손실은 투자자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은행들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가 이미 손실을 본 투자자들 사이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상품 가입자 상당수가 고령자라는 점에서 은행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에선 이미 파생결합증권(DLS),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거치며 파생금융상품 불완전 판매로 몇 차례 큰 홍역을 치렀다. 그런데도 투자위험이 매우 큰 상품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건 관련 상품의 대부분을 판 은행의 상품 판매 체계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금융감독원이 신속히 실태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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