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면직안을 재가했다. 탄핵을 피하려는 ‘꼼수 사퇴’이자, ‘제2의 이동관’을 다시 내세워 방송 장악 폭주를 이어가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언론 자유를 훼손한 반헌법적 행태에 대해선 일말의 반성조차 없는 후안무치한 태도다.
이 위원장은 자신을 포함해 대통령이 지명한 2명의 상임위원만으로 회의를 열어 취임 이후 지금까지 모두 29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이는 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방통위에 ‘합의제 행정기구’의 위상을 부여한 방통위설치법 취지에 위배된다. 방통위설치법은 5명의 상임위원으로 방통위를 구성하되, 위원 중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명은 국회(여당 1명, 야당 2명)의 추천을 받아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 2명이 앉아서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교육방송(EBS) 이사들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공영방송을 장악해나갔다.
이동관 방통위가 한국방송, 문화방송 등에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인용보도 경위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도 언론 자유를 보장한 헌법과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규정한 방송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민간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법적 근거가 취약한 인터넷 뉴스 심의를 요구하고, 법원 결정 취지를 무시한 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추가 해임한 것도 탄핵 사유에 포함됐다. 그럼에도 이동관 위원장은 최근 보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거친 언사로 야당의 탄핵 추진을 비난하며, 자신의 행위를 ‘언론 정상화’라고 강변했다.
이 위원장의 자진 사퇴는 탄핵에 따른 ‘방통위 마비’ 사태를 피함으로써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방송 장악의 고삐를 조이겠다는 여권의 속내를 보여준다. 이 위원장이 잇따른 무리수로 불과 석달여 만에 물러났지만, 윤 대통령의 왜곡된 언론관이 바뀌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이동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이날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방송 3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방통위를 통해 방송을 계속 틀어쥐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 취임한 뒤 한국방송이 ‘땡윤 방송’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탄식이 들리지 않는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동관 탄핵에 ‘거야 횡포’ 운운하기 전에, 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언론관을 다시 한번 돌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