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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정쇄신 의지 안 보이는 ‘총선 올인’ 개각

등록 2023-12-04 18:40수정 2023-12-05 02:10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개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개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했다. 연말까지 19개 부처 장관 중 10명 안팎을 순차적으로 바꿔 ‘윤석열 2기’ 내각을 꾸릴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인사의 면면을 보면 국정 쇄신과는 거리가 먼 ‘돌려막기’, 얼굴이 알려진 장관들의 총선 차출을 위한 ‘주객전도’ 개각이라 할 수 있다.

개각 명단을 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박민식 보훈·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떠난 자리를 각각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강정애 전 숙명여대 총장, 오영주 외교부 2차관으로 채웠다. 또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이 해양수산부 장관,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1기 내각의 중추를 이룬 ‘대통령의 사람’들과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떠나고, 그 자리에 전문가와 여성을 기용한 것은 일단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개각의 핵심인 최 후보자 중용은 결이 다르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를 시작으로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경제 정책 설계와 입안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물러나게 된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함께 작금의 물가와 고용, 저성장 등 심각한 민생·경제 상황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신임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제부처의 사령탑이라는 중책을 또 맡게 됐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 후보자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갖춘 경제정책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그런 실력과 혜안으로 지금껏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승진 기용된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최 후보자가 ‘윤석열 2기’의 경제 정책 투톱이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두 사람 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업무 협조와 상호 견제가 가능할지 우려스럽다.

대통령실은 “민생 살리기”가 이번 개각의 초점이라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후보자의 면면에서 드러난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얼굴이 알려진 장관 출신 ‘윤심’ 후보를 여당에 다수 내려보내기 위한 ‘총선 올인’ 개각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이미 정치 일선에 나가 있는 듯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명단에 넣지 않은 것은 당당하지 못한 처사다. 장관직과 국가 예산을 이용한 정치활동은 하루빨리 그만둬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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