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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산유국 입김에 ‘화석연료 퇴출’ 합의 못한 기후총회

등록 2023-12-13 18:38수정 2023-12-14 02:41

13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2023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본회의에서 아흐마드 자비르 아랍에미리트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2023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본회의에서 아흐마드 자비르 아랍에미리트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회원국들이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함께 움직이기로 합의했다. 국제사회가 명확한 문서로 ‘화석연료’ 사용에 대해 공동행동을 선언한 건 1995년 독일 베를린 기후변화협약 첫 총회 이후 28년 만이다. 그러나 100개국 이상이 합의문에 담기를 요구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은 산유국 반대로 끝내 반영되지 못하고, ‘10년 안에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을 시작한다’는 표현에 머물렀다. 기후변화는 속도를 더 빨리하는데 인류의 발걸음은 무거운 현실을 또 한번 여실히 드러냈다.

합의문 작성 과정을 돌아보면, 석유 판매 수익 의존도가 높은 산유국들의 반대가 도드라진다.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는 지난 1월 아흐마드 자비르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 사장을 의장으로 선임해, 기후위기 대응 강화보다 자국의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통한 이익 극대화를 노린다는 비판을 샀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화석연료 퇴출보다 온실가스 감축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등의 활용에 무게를 실었다. 그 결과 11일 회람한 합의문 초안에는 “공정한 방법으로 (화석연료의) 생산과 사용을 삭감한다”는 표현만 담겼다. 이에 미국·유럽연합과 해수면 상승 위협을 느끼는 섬나라 등이 거세게 반발해 폐막일인 12일까지 최종 합의문을 내지 못했다.

결국 최종 합의문에는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향후 10년 이내에 공정하고 질서 있고 공평한 방식으로 에너지 체계가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환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환경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생산국들이 합의의 빈틈을 활용해 얼마든지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탈탄소 비용 부담을 크게 느끼는 적잖은 신흥국이 산유국 주장에 동조했다.

기후변화 대응 비용의 분담을 둘러싸고 앞으로도 국가 간 이견과 갈등이 이어질 것이다. 그렇더라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으로 보건대, 탄소 배출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길로 능동적으로 나아가지 않는 국가는 장차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윤석열 정부 들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겠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합의문을 일단은 다행으로 여길지 모르나, 샛길로 가는 것은 소탐대실이 될 수 있음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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