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정부 각 부처의 새해 업무보고를 ‘민생토론회’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주제별로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및 관련 부처의 당국자, 일반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현장’ 중심 토론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반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3일까지도 분명한 방침이나 계획 없이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민생토론회로 신년 기자회견을 대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자료를 내어 ‘국민과 대통령이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첫 일정을 4일 연다고 밝혔다. 기존의 부처별 보고 대신, 주제를 10여가지로 나눠 ‘1일 1주제’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익숙히 보아온 ‘타운홀 미팅’과 비슷한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현장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해결하는 정부”를 보여주겠다면서도, 생중계는 없고 녹화 요약본을 틀 예정이다. 결국 대통령실이 사전에 참여자와 주제를 선별하고, 토론회 내용도 편집해 내보내는 ‘정책 홍보의 장’이 될 공산이 크다.
업무보고 일정은 세세히 밝힌 대통령실이 정작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선 답을 미루고 있다. “실무 준비는 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한다. 아직도 개최 여부를 모른다는 얘기다. 상식적으로 ‘신년’이란 이름이 붙은 기자회견은 1월 중에 하는 것이 맞다. 그러려면 지금쯤은 방침을 정해 공표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나. 1월 중순까지 이어질 민생토론회 일정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첫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뛰었다.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같은 해 11월21일 마지막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이후로는 언론의 질문을 받은 적도, 답한 적도 없다. 이것이 민주국가에서 정상인가.
대통령이 정부 각 부처의 새해 업무를 보고받듯 국민은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새해 국정 계획을 알게 된다. 역대 여러 대통령이 그렇게 해왔다. 껄끄러운 질문이 쏟아져도, 대통령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책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는 윤석열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는 해이고, 총선이 치러진다. ‘김건희 특검’ 등 국민이 대통령에게 답을 들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매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봐야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언론 앞에 자주 서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금이 그 약속을 실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