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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윤 대통령, 기자회견 열어 ‘명품 백’ 등 국민에 답하라

등록 2024-01-24 18:01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만나 악수한 것을 계기로 ‘윤-한 충돌’을 ‘봉합’하려 하고 있다. 애초 충돌의 핵심 원인인 ‘김건희 리스크’도 이대로 덮으려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수수 추문이 불거진 이래 지금껏 단 한번도 직접 이야기한 적이 없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도 그냥 넘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24일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언급 자체를 회피했다. 뭘 충분히 말씀드렸다는 건가.

무책임한 침묵이다. 이럴 거면 정권 1·2인자가 왜 그토록 요란한 권력 다툼을 벌여야 했던 건지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한파 속 화재 현장에서 절망한 민심을 보듬기보다 두 사람 간 정치적 봉합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재난을 정치적 화해 쇼의 배경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에 억울해하기 전에, 불과 20분 만에 현장을 떠나 “어떻게 사진만 찍고 가 버리느냐”는 피해 상인들의 원성이 나오게 한 건 아닌지 먼저 곱씹어보기 바란다.

갑작스러운 충돌과 어색한 봉합으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한 가장 큰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판단력과 권위 모두 심대한 손상을 자초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김 여사 사과 등 분명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여당 내 목소리를 일단 잠재울 수 있게 됐으니 다행이라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김 여사 의혹을 이대로 덮고 갈 수 없다는 민심을 더욱 키웠다. 지난 21~22일 실시된 와이티엔(YTN)-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에선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 관련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69%에 이르렀다. 그간 윤 대통령은 배우자 방탄을 위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사사로이 남용하면서도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명품 백 추문에도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받은 선물은 국가기록물’이라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았다. 창피스러운 수준이다. 새해 기자회견을 피하는 것도 김 여사 관련 질문이 나올까 봐 겁이 나서라는 걸 누가 모르겠나.

그러나 민주국가의 지도자라면 국민적 의혹에 겸손하고 성실하게 답할 책무가 있다. 여당만 틀어막으면 민심도 잦아질 거라는 착각에서 헤어나기 바란다. 더 늦기 전에 직접 국민 앞에 자초지종을 밝히고 판단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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