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 비례대표 당선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점입가경이다. 돈이 오갔으리란 건 익히 예상했던 일이긴 하나, 수사 과정에서 각 정당 지도부가 보이는 행태가 국민을 더욱 놀라게 하고 허탈하게 만든다.
친박연대가 양정례 비례대표 당선인으로부터 받은 돈이 15억원을 넘는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서청원 대표는 “선거비용을 차입 사용했을 뿐”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친박연대는 처음엔 “양씨로부터 1억100만원의 특별당비만 받았다”고 말했다. 왜 말이 바뀌었는지 설명은 없다. 반성 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군색한 말바꾸기에 국민은 아연할 뿐이다.
이한정 비례대표 당선인이 구속된 창조한국당 역시 마찬가지다. 창조한국당은 처음엔 “이씨로부터는 선관위 기탁금과 특별당비로 2천만원을 받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씨가 21일 구속되면서 “당에 6억원을 빌려줬다”고 말하자, 그제야 창조한국당은 “이씨 지인들이 5억8천만원어치의 당 채권을 매입해줬다”고 털어놓았다. 더 이상한 건 문국현 대표의 태도다. 그가 수억원대의 채권 발행이나 비례대표 선정을 몰랐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그는 “나는 잘 모른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비례대표 공천이나 특별당비의 속성상,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모르는 상태에서 일이 진행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검찰 수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검찰 수사는 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 비례대표 당선인들에게도 예외 없이 이뤄져야 한다. 민주당의 정국교 비례대표 당선인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미 구속됐다. 한나라당의 일부 비례대표 당선인들에 대해서도 ‘공천헌금’ 소문이 돌고 있다. 검찰은 작은 의혹이라도 보이면 여야를 불문하고 수사를 확대하는 데 주저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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