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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일 관계의 질적 도약을 기대한다

등록 2009-09-16 21:36

일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가 이끄는 민주·사민·국민신당 연립정부가 어제 출범했다. 이로써 1955년 이래 계속된 자민당 일당 지배 체제가 끝나고 민주당 중심의 ‘국민정권 시대’가 열렸다. 하토야마 총리는 취임 뒤 “총리에 선출되는 순간, 일본의 역사가 바뀐다는 떨리는 감격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내치와 외치에서 큰 변화를 예고했다.

우리에게 가장 관심이 큰 분야는 한-일 관계다. 두 나라가 매번 미래지향적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일본 쪽의 퇴행적인 역사인식 탓이 크다.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정부의 역사왜곡 교과서 승인, 독도 영유권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는 두 나라 관계 발전의 발목을 잡아왔다.

하토야마 정권은 이전 자민당 정권과 달리 과거사 문제에서 전진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명실상부한 한-일 우호를 이루는 데 매우 긍정적인 대목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했다. 또 민주당은 한국인 군대위안부 보상과 재일동포 지방참정권 부여 문제에서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사안의 성격상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독도 문제를 제외한다면, 과거사 문제에서 가장 호의적인 정권이 탄생한 셈이다.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과 오카다 가쓰야 외상 등 당정의 핵심에 한국·중국 등 이웃나라와의 우호관계를 중시하는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하토야마 정권은 ‘긴밀하고 대등한 일-미 관계와 아시아 중시 외교’ 방침을 천명했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동아시아의 핵심 국가로서 지역 공동체 형성에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그렇다고 곧바로 전통적인 미국 중시 노선을 버리고 아시아 중시로 돌아서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는 대미 일변도에서 미국과 아시아를 동등하게 중시하는 노선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래도 큰 변화다. 북-일 관계도 북-미 관계 진전을 지켜보며 점차 대화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기대해봄직하다.

민주당 정권의 긴급한 과제는 신자유주의와 관료주의의 적폐를 걷어내는 내정개혁과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승리다. 따라서 대외정책 변화가 당장 눈에 띄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과거사 문제 등에서 즉각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보다 인내심을 가지고 우호관계를 추동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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