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실종자 수색 작업에 나섰다가 침몰한 쌍끌이 어선 98금양호에 대한 수색 작업은 사고 발생 닷새째가 되도록 별다른 진척이 없다. 선원 2명의 주검을 수습한 게 전부일 뿐 실종자 7명은 아직도 차가운 바다 어딘가를 떠돌고 있다. 게다가 이 배의 선원들은 모두 가족도 없이 쪽방 등에서 생활해온 외로운 처지라고 한다. 희생자 빈소가 차려진 병원 영안실은 변변한 조문객 하나 찾아오지 않는다 하니 그 쓸쓸함에 가슴이 저려온다.
국민의 생명은, 빈부귀천을 떠나 하나같이 값지고 소중하다. 천안함 수색 활동 도중 숨진 한주호 준위의 죽음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금양호 선원들의 희생도 이에 못잖다. 실종된 금양호 선장 김재후씨는 주변에서 만류하는데도 “바다가 삶의 터전인 우리 어부들이 아니면 누가 나서겠는가”라며 수색 참여를 결정했다고 한다. 뱃사람 특유의 의리와 군에 대한 사랑, 마음에서 우러나는 애국심 그리고 이웃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쉽게 할 수 없는 결정이다. 그런데도 이들의 희생은 아무런 보람도 없이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었다.
금양호 침몰 사고에 대해 군 당국이 보인 태도는 상식 밖이다. 사고 직후 해군은 “금양호는 침몰 당시 천안함 수색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밝혔다. 자신들을 돕기 위해 달려왔다가 변을 당한 사람들한테 결코 할 수 없는 망언이다. 급할 때는 도움을 요청해놓고 사고가 나자 나 몰라라 하는 낯뜨거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군 당국만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도 금양호 희생자들에게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한나라당 지도부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과 경찰 고위관계자 등이 어제야 뒤늦게 부랴부랴 희생자 빈소를 찾아 조문한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소외된 약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경시 풍조의 일단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부는 금양호 사고와 관련해 ‘희생자들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를 말로만 외칠 게 아니다. 수색 작업, 침몰된 선박 인양, 정부 차원의 보상책 마련에 이르기까지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 특히 실종자들의 주검이 어선 안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이 드는 선박 인양을 선주 쪽에만 맡겨놓을 일이 아니다. 평생 외롭게 살다 고귀하게 산화한 이들을 더는 외롭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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