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둔치에 국제항구를 만들겠다는 서울시 계획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주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의도 둔치와 둔치 앞 한강수역을 ‘서울항’으로 지정하는 항만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의도에 국제항구를 건설한다는 건 경제적 실익도 없을 뿐 아니라 강바닥을 깊게 파헤쳐야 하는 등 환경파괴 가능성도 적잖다.
서울시는 여의도~김포~인천을 연결하는 뱃길을 만들어 연안관광선과 중국·일본 등으로 가는 국제관광선을 운항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전시성 사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가 계획하고 있는 여의도 국제항은 6500t급 배 1척이 겨우 댈 수 있는 아주 조그마한 규모다. 더욱이 한강 둔치는 여름 홍수철만 되면 물에 잠기기 일쑤다. 항구가 건설될 둔치 뒤쪽으로는 항만 배후시설이 들어설 공간도 전혀 없다. 이런 곳에 항구를 만들어놓고 어떻게 국제항으로서의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하겠는가. 경제성도 없을 뿐 아니라 비현실적인 전시성 사업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생색내기 사업을 하면서 한강을 파헤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다리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6500t급 배가 여의도에서 경인운하와 연결되는 김포까지 운항하게 하려면 강바닥을 깊게 파는 준설작업이 불가피하다. 그렇게 되면 그 구간에 있는 한강습지와 밤섬 등 천혜의 자연환경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 양화대교는 큰 배가 다닐 수 있게 수백억원을 들여 재건축해야 한다고 한다.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 막대한 돈까지 들여 경제성도 없는 항만을 왜 건설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국토해양부는 여의도에 건설될 서울항을 무역항으로 지정해 여객선뿐 아니라 화물선 접안도 가능하게 했다. 그러다보니 서울시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염두에 두고 여의도에 항만시설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당연하다.
서울을 항구도시로 만들어 수상관광과 해상교통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계획이 그럴듯하다고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이런 계획이 과연 현실적으로 타당하고 경제성이 있는지, 환경파괴 우려는 없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서울시에서 추진하려는 여의도 국제항 건설 계획에는 이런 것들이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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