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실시하려는 서해 합동군사훈련 계획을 둘러싸고 동아시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동중국해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벌이고 있으며, 엊그제는 서해 합동군사훈련에 반대한다고 공식 천명했다. 정부가 천안함 침몰사건 대책의 하나로 추진한 합동군사훈련이 불필요한 마찰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천안함 대책을 성급하게 밀어붙일 때부터 예견됐다. 정부는 애초 북한에 확실한 메시지를 보여주겠다며 미 해군 항공모함 전단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합동훈련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주변 관련국들의 처지와 생각을 깊이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대북 압박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수준 낮은 발상의 산물이다. 그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중국은 항공모함까지 참여하는 합동군사훈련은 중국의 전략 경계선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미는 중국의 반발에 훈련 계획을 두 차례 연기하면서 엉거주춤한 처지에 빠졌다. 무력시위를 통해 북한을 굴복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애초의 기세는 간데없고, 국제적 마찰과 부담만 빚은 꼴이다.
동아시아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한국이 가장 큰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일본·중국 등 주변국은 세력대결 속에서도 나름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추구할 여지가 있지만, 그 영향을 온몸으로 받게 되는 한국은 처지가 다르다. 특히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가 편을 짜서 대립하는 냉전적 구도가 재현되는 것은 한국으로선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동아시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이면서도 미국에 끌려다닐 따름이지 주도적 목소리를 내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악화에 덧붙여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까지 고조되는 것은 우리로선 피해야 할 최악의 사태다.
최근 상황은 정부가 미국에만 의존하고 중국, 러시아 등을 무시하는 일방적 외교전을 펼친 데 따른 자업자득 성격이 짙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논의 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진 것이 대표적이다. 언제까지 출구도 퇴로도 보이지 않는 그릇된 외교 전략을 고집할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서해 합동군사훈련을 둘러싸고 빚어진 긴장의 근본 원인을 성찰하고 궤도 수정을 모색하기 바란다.
이슈천안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