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3일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전교조를 법 밖으로 밀어내고 교사들을 거리로 내몰려던 박근혜 정부의 행태에 제동을 건 것이다. 물론 이번 결정은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의 임시적인 응급처치일 뿐이다. 하지만 재판부의 주문 내용을 뜯어보면,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한 것일 가능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노조법 시행령 9조2항(노조설립 반려 사유가 있으면 노조가 아니라고 통보해야 한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다. 전교조는 이 시행령이 법률 근거가 없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고, 정부는 이 시행령이 단순한 집행명령이라 법률 근거가 없어도 된다고 맞서왔는데, 재판부는 “(집행명령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표현으로 시행령이 노조법의 위임 한계를 벗어난 것일 가능성을 인정했다.
시행령은 ‘대통령령’이지 ‘법률’이 아니다. 국회가 법률로 만들지 않았는데도 시행령을 만들어 집행하는 것은 절대왕정국가에서나 하던 일이며 근대국가에서는 금기시하고 있다. 특히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은 대표적 노동악법으로 손꼽히던 옛 노조법의 노동조합 해산명령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제도는 1987년 6월항쟁 직후 여야 합의로 삭제되었는데, 노태우 정부가 국회 심의를 피해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슬그머니 부활시킨 것이다. 애초부터 편법으로 만들어진 시행령인 만큼 원천적으로 무효인 셈이다.
복잡한 법 논리를 떠나 상식의 눈으로 보더라도 노동부의 발상은 놀랍기만 하다. 노동부는 해직자 9명 때문에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하는데, 전교조는 설립신고 이후 14년간 활동을 해왔고 6만여명의 조합원이 있는 노동조합이다. 6만여명 가운데 겨우 9명(0.015%)을 문제 삼아 전체 노조원의 단결권을 빼앗으려 드는 건 무모함 이상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법원의 1심 본안사건 평균 처리기간은 7개월이다. 따라서 1심 본안 판결은 내년 6월께나 나올 가능성이 크다. 2심, 3심까지 갈 걸 생각하면 2~3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일어나겠는가. 게다가 갈등이 심화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이다. ‘송사 3년에 기둥뿌리 빠진다’는 옛말이 있다. 이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이 사안을 계속 끌고 갈 이유가 있는지 방하남 노동부 장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방 장관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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