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공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대화록을 본 적은 없고 대선 당시 보고받은 ‘정보지’ 내용을 검토한 결과 근거가 있다고 판단해 발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 ‘찌라시’라고 불리는 사설 정보지는 세상에 나도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이야기들을 그럴듯하게 ‘고급 정보’로 포장해놓은 수준 낮은 문건이다. 명색이 여당의 대선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았다는 사람이 사설 정보지를 들먹이는 것을 보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진실을 감추기 위해 둘러대는 변명치고는 너무나 치졸하고 궁색하다.
김 의원의 주장은 그동안의 발언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 의원은 6월26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대화록을 입수해서 다 읽어봤다. 너무 화가 나서 부산 유세에서 그 대화록을 울부짖듯 쭈욱 읽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자 김 의원은 해명자료를 내어 “정문헌 의원이 제기한 대화록 내용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평통 행사 발언 내용을 종합해서 만든 문건을 연설에 활용했다”고 변명했다. 그러다가 이제는 ‘정보지’라고 또 말을 바꾸었다. 일관성 상실은 거짓말쟁이의 첫번째 특징이다.
김 의원 말대로 그가 찌라시 정보를 믿고 유세를 펼쳤다면 이 정권은 ‘찌라시 정권’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심지어 김 의원은 유세장에서 대화록을 읽으며 울먹이기까지 했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현 정권을 졸지에 ‘찌라시 정권’으로 격하시킨 김 의원을 새누리당 사람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김 의원이 말한 ‘정보지’는 사실은 사설 정보지가 아니라 청와대·국가정보원 등이 새누리당을 위해 만든 ‘권력 내부 정보지’일 것이다. 시중에 나도는 사설 정보지들에 실린 내용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실은 정보지를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 의원은 거짓말을 해도 좀 그럴듯하게 해야 한다.
관심의 초점은 검찰이 김 의원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다. 김 의원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려면 문제의 정보지를 증거물로 제출해야 한다. “지금은 갖고 있지 않다”거나 “잃어버렸다”든가 하는 말로 둘러대서는 안 된다. 애초 김 의원에 대해 서면조사로 대충 넘어가려던 검찰이 소환조사로 전환한 것은 여론의 거센 비판 때문이었다. 검찰이 김 의원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 사건을 어물쩍 처리하려 할 경우 이보다 훨씬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