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아동권리협약 제13조 제1항은 “아동은 표현에 대한 자유권을 가진다. 이 권리는 구두, 필기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아동이 선택하는 기타의 매체를 통하여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국경에 관계없이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헌법 제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이나 국제법 어디에서도 청소년이라고 해서 표현의 자유를 배제하지 않는다. 더구나 1989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현재 세계 193개국이 비준한 세계 보편적인 아동 인권 장전이다. 이 조약에 가입하고도 지키지 않는 것은 스스로 무도한 ‘인권 후진국’임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꼴이다. 바로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렇다.
교육부와 일부 중·고등학교는 최근 학교 현장에 나붙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부착을 금지·훼손하고, 관련 학생들을 징계하는 등 탄압을 가하고 있다. 공부 외의 모든 행동을 죄악시하는 전근대적인 발상일뿐더러 헌법과 국제법을 위반한 명백한 반인권적 추태다.
서울 개포고에서 일어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학교는 한 학생이 학교 담벼락에 붙인 대자보를 철거하고 징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자보를 붙였다 뜯긴 중·고등학생 4명과 청소년 단체들이 27일 개포고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인권위에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대자보가 ‘허가받지 않은 게시물’이란 이유로 철거됐고, 허가를 받으려 했으나 학교 쪽이 불허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반성문을 쓰게 하고 처벌하거나 부모까지 소환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교육부가 18일 ‘안녕’ 대자보를 차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시·도 교육청을 통해 일선 학교에 전달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학생들이 왜 세상이 안녕하지 않다고 보는지에 대해 성찰할 생각은 하지 않고, 학생의 입에 재갈만 물리려는 태도는 교육부가 아니라 ‘학교 공안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부는 대자보가 학습 분위기를 해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듯한데, 정작 학습 분위기를 해치는 것은 대자보가 아니라 학생들을 안녕하게 하지 못하는 학교·사회 현실이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전근대적이고 반인권적인 사고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교육부와 일부 학교 당국은 세계인의 조소거리가 되는 부끄러운 행동을 하루빨리 거둬들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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