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 청마의 해입니다. 이 소중한 해에 우리는 불안과 분단의 고통이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해서 통일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통일부는 ‘북한 신년사 관련 입장’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언급했으나 그 진정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몇 시간 간격으로 나온 대통령과 통일부의 대북 인식이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나는 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박 대통령의 발언이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점은 있다.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해 통일시대를 열어나가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박 대통령이 조건 없는 인도지원과 교류·협력 확대를 통한 신뢰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한, 그의 발언 취지가 대화와 교류·협력에 방점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통일부의 입장은 박 대통령이 말한 방향과 정반대로 보인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은 작년에도 대결 정책을 버리고 화해와 단합, 통일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핵실험, 군사적 위협, 개성공단 일방 중단, 비방·중상 등 남북관계를 저해하는 행위를 지속했다”며 신년사를 통한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제의가 진정성이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통일부의 이런 입장은 1일 북한의 신년사가 발표된 뒤 배포한 ‘2014 북한 신년사 특징 및 평가’ 자료와도 딴판이다. 당시 통일부는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마련을 언급했으나 비난도 계속하고 있어 향후 태도 변화 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틀 사이에 북한의 태도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는데도 통일부가 스스로 입장을 바꾼 것이라면 분석 능력이 없다는 걸 자인한 것이고, 외부의 입김에 의한 것이라면 대북정책 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한반도의 장래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또한 남북관계의 개선 없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의 발언권이 커질 수 없다는 것도 역사적으로, 현실적으로 충분히 확인된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대통령 따로, 통일부 따로’인 듯한 종잡기 어려운 대북 인식을 보이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박 대통령은 6일 연두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고, 앞으로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어떤 조건과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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