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사-환자 사이의 원격의료를 추진하면서 든 두 가지 좋은 점이 치료효과와 경제성이었다. 그런데 <한겨레>가 11일치에 보도한 ‘2013년 원격의료(스마트케어) 보고서’를 보면, 그 근거가 와르르 무너진다. 이 보고서는 원격의료를 밀어붙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주한 것이니, 실제 원격의료의 문제점은 더 많을 수 있다.
우선 치료효과 면에서 보면, 모두 26개 항목의 평가지표에서 22개가 ‘의미 없음’으로 평가된 반면 ‘의미 있음’은 4개 항목에 그쳤다고 한다. 원격진료를 한다고 해서 고혈압, 당뇨 환자가 더 잘 관리된다거나 사망률이 줄어든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의료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새로운 치료 약이나 기술이 나왔다고 해서 무턱대고 써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게다가 원격의료는 부작용이 크다. 위험스러운 합병증을 놓치거나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원격의료 사업의 경제성도 2배 이상 부풀려졌다고 한다. 산업부는 원격진료 상담사 1명이 하루 30명의 환자를 상담하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봤지만, 산업부의 의뢰를 받은 보건산업진흥원은 67명을 상담해야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원격의료를 하려면 병원이 장비를 갖춰야 하고, 환자들도 단말기를 구입해야 한다. 병원은 투자를 한 만큼 환자에게 이용료를 물리려 들 것이다. 아니면 건강보험이 내야 한다. 어느 쪽이든 돈을 버는 건 정보통신 분야의 기업일 테고, 허리가 휘는 건 국민들이다.
정부가 연구결과를 비틀고 부풀리면서까지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것은 아마도 ‘창조경제’ 때문일 것이다. 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원격의료를 창조경제라고 부르며 꼭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하다. 냉정한 전문가들은 수익모델이 불확실하고 기술 발전 속도가 더디며 정보 및 기술의 호환성 문제가 걸려 있어 산업 발전 전망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설사 돈벌이가 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건 창조경제가 아니라 파괴경제일 뿐이다.
정부는 스스로 발주한 연구보고서까지 왜곡한 게 드러난 만큼 국민에게 사과하고 원격의료 사업을 접어야 할 것이다. 대신 원격의료를 운영할 돈으로 병원이 없는 도서·산간지역에 우선 병원부터 짓고 의사를 배치해야 한다. 원격의료 기기로 산모의 출산을 도울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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