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에서도 지역주의의 맹위가 여전했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새누리당은 영남 광역단체장 5곳을 싹쓸이했고, 새정치민주연합도 호남 3곳을 석권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대구의 김부겸, 부산의 오거돈 후보가 거둔 의미있는 성적은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던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권의 거점인 서울 강남지역에서 선전한 것도 변화의 조짐이다.
새누리당의 아성인 대구에서 김부겸 새정치연합 후보가 올린 ‘40%대 득표율’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비록 패했지만 김 후보는 역대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야당 후보 가운데 최고의 득표율을 올렸다. 2012년 총선에서 40.4%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에 40.3%를 득표함으로써 ‘대구의 정치인’으로 깊이 뿌리내렸다. 한번 실패했다고 지역을 등지지 않고 꿋꿋이 유권자들과 함께해온 우직한 노력이 진정성을 평가받은 결과다.
부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오거돈 후보가 거둔 49.34%의 득표율도 놀라운 성적표다. 오 후보의 개인기가 크게 작용했다고 하지만 김영춘 새정치연합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지역주의에 파열구를 냈다고 평가할 만하다. 새누리당은 ‘친박’의 상징성이 있는 서병수 후보를 내세웠는데도 불과 1.31%포인트 차이로 추격당함으로써 더는 부산을 ‘텃밭’이나 ‘안방’으로 여기고 안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결과는 두껍게 얼어붙은 지역주의의 빙하가 비록 속도는 느릴지라도 조금씩 해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모적 정쟁을 낳고 정치 불신을 조장하는 지역주의를 완화하기 위한 도전과 이에 대한 응원은 계속되어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