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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절망과 불통, 그러나 성과도 남긴 필리버스터

등록 2016-03-01 19:15수정 2016-03-01 23:31

국가정보원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줌으로써 사생활 및 인권 침해 우려를 불러온 테러방지법안의 저지를 위한 국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1일 끝났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30명이 넘는 야당 의원이 무려 9일 동안 170시간이 넘는 세계 최장기 필리버스터 릴레이를 하며 사력을 다했으나, 끝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불통 스크럼’을 뚫지 못했다. ‘옳고 그름’이 ‘많고 적음’에 막혔다는 절망과 아쉬움을 느낀다.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하루빨리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을 악용해, 필리버스터를 통해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이 속속 폭로되고 시민 사이에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한 자도 고칠 수 없다고 막무가내로 버틴 정부·여당의 비민주성과 소통 부재를 가장 먼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테러방지법안을 사리에 맞지도 않는 ‘국가 비상사태’ 조건에 뜯어 맞추어 직권상정한 정의화 국회의장의 처신도 의회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이번 필리버스터가 마냥 무위한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 우선 야당 의원들은 수일간 국회 밖의 시민들과 공명하며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드러내는 성과를 거뒀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은행 계좌도 통화 내역도 국정원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사실이 생생하게 알려졌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시민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큰 성과다. 필리버스터를 중계하는 매체가 인기를 얻고 누리꾼이 발언하는 의원에게 자료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조했다. 국회 밖에선 장외 필리버스터가 열리고, 본회의장 방청석에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의원들이 시민의 대표자로서 입법 활동을 하는 과정에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민주주의 의식도 고양되었다.

이 시점에서 필리버스터가 중단된 데 대해선 사람에 따라 실망과 체념, 분노와 아쉬움 등의 복잡한 감정이 교차할 것이다. 그러나 필리버스터가 법안을 저지할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고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정을 고려하면 더 끌고 가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새누리당이 비타협적 자세로 철벽처럼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느낀 문제의식과 정치에 대한 관심을 4·13 총선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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