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을 확보했다. 이로써 11월 대선은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양자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주류 정치를 대변하는 첫 여성 후보와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아웃사이더(국외자)의 대결이라는 드문 상황이다.
클린턴 후보의 공약은 트럼프 쪽과 큰 차이를 보인다. 전통적인 ‘리버럴’ 기조를 고수하는 국내정책에서는 이민자 포용과 부자 증세, 총기 규제 등을 놓고 트럼프 쪽과 정면으로 맞선다. 통상정책에서도 트럼프 후보는 모든 자유무역협정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데 비해 클린턴 쪽은 기존 협정을 옹호한다. 그러면서도 클린턴 후보는 트럼프 쪽을 의식해 ‘공정한 협정’을 얘기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선 반대로 돌아섰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대외 통상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클린턴 후보는 주류 정치의 큰 흐름 속에 있다. 트럼프 후보가 고립주의적이면서도 미국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앞세우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것과 대조가 된다. 하지만 두 후보는 지향점이 다르더라도 강경한 점에서는 닮았다. 클린턴 후보는 북한 핵 문제에서 지금의 버락 오바마 정부보다 더 강하게 대북 제재·압박 강화와 중국 역할론을 주장한다. 특히 클린턴 후보는 국무장관으로 있으면서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입안해 실천에 옮긴 사람이다. 그가 한-미-일 미사일방어(엠디) 체제 구축을 강조하는 것은 이런 맥락 속에 있다.
지금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중첩된 갈등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정세가 악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강경 기조로 흐르는 미국 대선 분위기도 여기에 기여하고 있다. 대선이 끝나더라도 뚜렷한 전기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클린턴 후보는 초강국의 주류 정치인답게 동맹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인기영합적인 판 깨기 행태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트럼프 후보와는 달라야 한다.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한-미 관계는 상당한 변화를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미리 대비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역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토대 강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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