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학살 발포 부대가 6·25 기념 금남로 퍼레이드에 참여한다는 계획이 알려진 뒤로 5·18 단체와 야당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도 논란의 중심에 박승춘씨를 수장으로 한 국가보훈처가 서 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은 박 보훈처장 해임촉구결의안을 내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야말로 박 보훈처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다시 감싸고돌면 화살은 박 대통령에게 돌아가게 된다.
국가보훈처의 군사 퍼레이드 계획은 아무리 선의로 해석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다. 보훈처는 6·25 66돌을 맞아 기념식을 한 뒤 보훈 행사라는 명목으로 금남로를 거쳐 옛 전남도청까지 1.4㎞에 이르는 퍼레이드를 하기로 했다. 이 행진에는 광주 향토사단인 31사단뿐만 아니라 광주학살에 직접 책임이 있는 제11공수특전여단 소속 군인들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11공수여단은 5·18 항쟁 당시 금남로 집단 발포로 수백명의 시민 사상자를 낸 바로 그 부대다. 11공수여단은 광주 외곽 주남마을 민간인 집단학살도 저질렀다.
그런 역사를 지닌 부대를 광주항쟁의 피가 뿌려진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5·18 학살의 직접 피해자인 광주시민과 광주항쟁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국민 모두를 모독하고 능멸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보훈처의 그런 어처구니없는 계획에 국민과 야당이 분노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보훈처는 “2013년에도 똑같은 행사를 했는데 그때는 문제가 안 됐다”는 이유를 들며, 행사를 즉각 취소하지 않고 버티는 태도를 보였다. 2013년에 같은 행사를 했다면, 그 행사에 대해 늦게라도 사과를 할 일이지 잘못된 전례를 근거로 들어 계획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취임 이후 반복되는 극우적 언동과 행보로 국민의 공분을 샀다. 지난달에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라는 야당과 시민의 요구를 묵살하고 기념식 제창을 불허했다. 박 보훈처장의 이런 행태를 박근혜 정부의 왜곡·편향된 역사인식이 받쳐주고 있음은 물론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라도 박승춘 처장을 해임하여 역사 능멸 행위와 결별해야 한다. 박승춘 해임 여부는 박 대통령이 5·18 정신과 민주화 역사를 존중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