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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과속 세계화’의 부작용 남의 일 아니다

등록 2016-06-27 17:35수정 2016-06-27 19:18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이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파운드화가 급락하는 등 경제 타격이 현실로 나타나고, 세대간·지역간 갈등이 더 깊어지고 있다. 앞으로 상당 기간 정치와 경제에 혼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구촌의 수많은 나라가 작든 크든 그 영향을 받고 있다.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지혜롭게 갈등을 해소하지 못할 때 모두가 큰 상처를 입는 파국이 올 수도 있음을 영국 사태는 보여준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브렉시트’에 찬성한 영국인들이 세계화로 이민자가 증가하고 자유무역이 일자리를 위협하는 데 반감을 가졌다고 분석한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을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거나 과실의 분배에서 소외된 이들의 가슴에는 불만이 두껍게 쌓였다. 불만이 합리적인 출구를 향하지 못할 때는 상황이 되레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사회 양극화를 배경으로 유럽 여러 나라에서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정치세력이 힘을 얻고,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밥 먹듯 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세계화를 향한 과속주행의 부작용은 우리나라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1994년 김영삼 정부가 ‘세계화 선언’을 한 뒤 역대 정부는 유럽연합, 미국, 중국 등 경제 대국과 쉼 없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지금은 협정 상대국의 국내총생산 합계액이 세계 전체의 74.6%에 이른다. 기업에는 세금 인하 등 많은 혜택을 주고, 인건비를 줄일 수 있게 고용 보호는 축소했다. 그 결과는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자의 급증, 빈곤의 확대로 이어져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고 수준의 자살률은 그 고통의 한 단면이다.

소외된 이들이 다른 소외된 이를 희생양으로 삼는 반지성주의 정치세력이 우리나라에 발붙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정치가 지금처럼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앞날을 낙관할 수 없다.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같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혐오 담론의 확산은 나쁜 조짐이다. 소외된 이들의 항변을 관제 시위로 억누르는 일부 정치세력의 졸렬한 행태도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키우고 있다.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공론장에서 합리적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모든 정치세력이 열린 태도를 보여야 한다. 당신들의 권력투쟁이 아니라, 공동체의 통합을 위한 문제 해결의 정치가 되어야 불행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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