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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유레카] 오방낭과 ‘절망의 나무’

등록 2016-10-30 18:30수정 2016-10-30 19:34

2013년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들어가기 전에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 복주머니’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2013년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들어가기 전에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 복주머니’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최순실 게이트’에는 오방낭, 영세교, 팔선녀 등 생경한 단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최순실 게이트의 전모를 파악하려면 ‘최순실 용어사전’이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오방낭이 대표적이다. 오방낭은 이번에 최순실씨의 태블릿피시에 저장돼 있는 200여개 파일 중 하나의 제목으로 등장했다. 오방낭은 우주의 중심을 뜻하는 황색과 각각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청백적흑의 5가지 색을 이어붙여 만든 우리나라의 전통 복주머니다.

2013년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식 뒤 청와대로 들어가기 전에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 복주머니’ 행사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세종대왕 동상 앞에 설치된 초대형 오방낭을 개봉하자 그 안에서 365개의 작은 복주머니들이 달린 ‘희망이 열리는 나무’가 나왔다. 각각의 오방낭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민 공모로 접수한 희망들이 담겨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이 중 3개를 뽑아 직접 읽었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당부한 집배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요청한 40대 가장, 장애인 행정절차 개선을 요구한 장애인의 글이었다. 박 대통령은 “희망의 복주머니에 담긴 소망이 이뤄지도록 돕는 것이 저와 새 정부가 할 일이다. 복주머니를 전부 청와대로 가져가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그때 텔레비전으로 이 장면을 보면서 괜찮은 행사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행사가 최순실씨의 머리에서 나왔고 그의 아버지인 최태민씨의 사이비종교인 영세교와 무관하지 않다는 정황이 이번에 드러났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1년4개월 남은 지금, 당시 오방낭에 담겼던 소망 중 이뤄진 게 얼마나 될까? 비정규직 문제처럼 그동안 되레 악화된 게 부지기수 아닐까? 어쩌면 그 나무는 처음부터 희망이 아닌 ‘절망의 나무’일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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