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기소도 시간문제가 됐다. 당장 특검의 대면조사를 피할 명분이 없다.
법원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박 대통령-최순실씨의 뇌물수수 혐의도 어느 정도 소명됐다는 것을 뜻한다. 최씨 일가에 대한 삼성의 지원이 박 대통령의 삼성 특혜 지시의 대가라고 볼 만한 정황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에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특검은 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이 최씨 일가와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433억원이라는 거액을 지원한 데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넘어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완성’이라는 더 큰 대가가 있었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고 한다. 합병 이후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수 있도록 매각할 주식 수를 크게 줄여주고,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을 추진한 것 등이 삼성의 필요에 맞춘 대가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세 차례의 대통령 단독 면담에서 도움을 부탁하고, 박 대통령이 관련 지시를 한 정황 등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 39권 등에 나와 있다. 도움의 대가로 삼성이 무리하게 최씨 일가를 지원한 정황도 한층 분명해졌다. 박 대통령-이 부회장-최순실씨로 이어지는 ‘삼각 대가관계’다.
이제 대통령 대면조사는 불가피하고 시급한 일이 됐다. 특검은 박 대통령 조사 없이도 대가성을 상당 부분 입증해낸 터다. 박 대통령은 이 부회장으로부터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았는지, 도움의 대가로 삼성 쪽에 최씨 등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는지 등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을 지시하고 주도한 공범으로도 지목돼 있다. 특검 조사가 아니라도 언젠가는 다 직접 밝혀야 할 혐의들이다. 피한다고 해서 모면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박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 조사에 응하겠다는 공언을 이미 여러 차례 어겼다. 지난 9일에는 조사 일정이 보도됐다는 터무니없는 핑계로 특검의 대면조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품격이나 염치와는 거리가 먼 ‘떼쓰기’다.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구차한 조건을 달지 말고 특검의 대면조사에 당당하게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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