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표가 3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이날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경선까지 4연승을 거둔 문 후보는 전체 합산 57%의 득표율로 원내 제1당의 대선후보에 올랐다. 2012년에 이은 두번째 도전이다. 문 후보가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거센 도전을 따돌리고 결선투표 없이 승리한 것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걸 보여준다.
문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대립과 갈등, 분열의 이분법을 쓰레기통에 보내자. 분열의 시대와 단호히 결별하고 정의로운 통합의 시대로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가 ‘통합’을 첫손가락에 꼽은 건 의미심장하다. 특정인을 반대하는 연대란 아무 명분이 없는데도, 정치권에선 ‘반문재인 연대’를 꾀하는 움직임이 그치질 않고 있다. 이는 문 후보에 대한 보수층의 거부 정서가 여전히 상당하다는 걸 시사한다. 문 후보 비서실장인 임종석 전 의원이 말했듯이, 일부 열성 지지자들의 과한 행동이 오히려 많은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문 후보가 ‘통합’을 내세운 건 앞으로 이런 부분을 뛰어넘어 더욱 많은 국민을 끌어안고 나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문재인 후보는 누가 뭐래도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대통령후보다. 그런 만큼 그를 향한 후보 검증의 칼날은 앞으로 더욱 날카로워질 게 분명하다. 검증의 파도를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 국민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문 후보 아들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은 이미 10년 전에 불거진 사안이고 딱히 새로운 증거가 나타난 것도 아니니 문 후보로선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이와 관련해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일수록 더욱 분명하게 밝히고 자세하게 설명해서 국민 이해를 구하는 게 대통령후보의 자세일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는 곧 후보 검증의 실패였다고 많은 국민이 느끼고 있다는 점을 문재인 후보와 캠프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많은 국민이 문 후보에게 ‘정권 교체’의 기대를 걸고 있다는 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 전반에서 개혁과 혁신을 분명하게 추구해 나가라는 뜻일 것이다. 전국의 광장에서 타오른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리라 본다. 문 후보가 이 기대를 충족하려면, 대선 본선에서 정권교체 당위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말고 어떤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 것인지, 그리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나갈 방책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내보여야 한다. ‘통합’과 ‘적폐 청산’, 이 두 가지 임무를 조화롭게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줄 수 있느냐에 문재인 후보의 정치적 앞날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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