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 소식을 전하는 텔레비전 뉴스가 나오는 대형 전광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비판하면서 “내가 한국에 말했듯, 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고 트위트 글을 남겼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당일,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를 향해 ‘거봐, 내가 뭐랬나’ 수준의 말을 한 셈이다. 황당하다. 중차대한 위기 상황에서 ‘남 탓’부터 하고 보는 미국 대통령이 이전에도 있었던가 싶다.
냉정하게 되돌아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거칠게 북한을 위협했고 북한도 구체적인‘괌 포위사격 검토’ 발언으로 맞대응해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도록 했다. 상황이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자 ‘김정은이 현명하다’고 칭찬하고, 미사일을 발사하자 다시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면서 갈팡질팡 행보를 보인 게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북핵 사태 대처법이었다. 혼선을 부채질하면서 일관된 대북 대응을 흐트러뜨린 게 누구였는지 묻고 싶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직전에 모호한 언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검토’ 발언까지 했다. 한-미 동맹을 대하는 정상적인 태도라 할 수 있는가. 미국 언론들도 이 점을 일제히 비판했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 발언’ 트위트와 관련해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잘못된 것이며 대북 한-미 공조에도 장애”라는 전문가들 우려를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사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 시사 발언과 관련해 “최악의 시기에 한-미 관계를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 “한국과 미국의 유대가 틀어지기를 바라는 김정은에게 선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는 사태까지 이른 데에는 이 문제를 아시아태평양지역 평화라는 관점에서 합심해 해결하지 못하고 서로 상대방을 탓하며 갈등한 미국과 중국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미국은 중국을 향해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압박하지만 중국은 그럴 의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중국) 국가이익 관점에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대북 원유 공급을 차단한다고 해서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할지 알 수 없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중국 반응을 보면, 북핵 개발보다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걱정하는 등 철저히 자국 중심 사고와 전략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이런 와중에 동북아의 불안정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선 세계의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책임감 있게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이 국내 지지층이나 자국 이익에만 초점을 맞춰 행동해선 안 된다. 우리 정부 역시 미국과 중국이 함께 북핵 문제 해결에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최선의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