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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교회까지 ‘세습’하는 한국 개신교의 암울한 현실

등록 2017-10-25 18:12수정 2017-10-25 19:37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자리잡은 명성교회의 모습.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자리잡은 명성교회의 모습.
한국 개신교 최대 교단의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의 서울동남노회가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초대형 교회인 명성교회의 담임목사직이 창립자인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넘어가는 교단 내 법적 절차를 끝냈다.

개신교 단체들은 담임목사직 세습이 ‘교회로 모은 돈과 힘을 이웃과 나누지 않고 자기들끼리 대물림하며 사유화하려는 것’이라며 타락의 상징으로 비판해왔다. 그런데 여의도순복음교회나 사랑의교회처럼 숱한 논란을 빚은 초대형 교회들에서도 없었던 담임목사직 세습이 명성교회에서 이뤄졌다니, 많은 뜻있는 이들의 분노를 자아낼 만하다.

노회의 세습안 통과는 예장통합 교단 최고기구인 총회가 2013년 결의한 세습금지법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즉각 성명을 내어 “노회법상 회의 의장을 맡게 돼 있던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추대를 방해하고 상당수 노회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명성교회 쪽 노회원들만 남아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임의로 처리한 것은 불법이고 무효다”라고 밝혔다. 명성교회는 3월에 세습금지법을 피하기 위해 김하나 목사의 새노래명성교회와 명성교회를 합병하는 변칙 세습안을 공동의회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김삼환 목사와 옹위 세력은 법도, 절차도 다 무시한 채 세습을 향해서만 돌진해왔다고밖엔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세습반대운동연대 대표 김동호 목사는 “소셜네트워크에서 분노만 하지 말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와 저항해 ‘하나님의 정의’가 백주대낮에 짓밟히는 수치를 푸는 일에 하나가 되자”고 나섰다.

김삼환 목사는 개신교 장자교단인 예장통합의 교단장뿐 아니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과 세계교회협의회 총회 대표대회장을 지내며 ‘한국 개신교의 얼굴’임을 자임해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한국 교회의 민낯’을 드러낸 건 가슴 아픈 일이다. 마르틴 루터가 교회의 부패를 비판하는 글을 공개한 지 500돌이 되는 날(31일)을 앞두고 일어난 ‘명성교회 세습’은 새로운 종교개혁의 불을 댕기려 하는 것인가. 한국 개신교의 세속적이고 이기적인 현실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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