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9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최근 측근들에게 “나라가 과거에 발목 잡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활동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이를 일부 보고받고 지시한 정황이 나오면서 수사망이 좁혀오자, 이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의 광장’에 서야 할 당사자가 이런 반응을 내놓는 건 국민들 보기엔 어처구니가 없다.
이번 사이버사 수사에서는 제법 구체적으로 이 전 대통령의 연관성이 드러났다. 김관진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사이버사 활동 내용과 인력 증원 등에 대해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우리 사람을 철저히 가려 뽑아야 한다’는 취지의 ‘브이아이피(VIP·대통령) 강조사항’이 기록된 문건이 발견됐다. 사이버사 댓글공작 윗선이 이 전 대통령이라는 단서들이 확보된 셈이다. 이런 정황이라면 원세훈 전 원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에도 이 전 대통령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 수사가 이 전 대통령 턱밑까지 올라온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도 다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자동차 부품회사로 이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다스에 대해서는, 검찰이 앞선 수사에서 이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을 확인하고도 덮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검찰은 또 국정원이 대기업을 압박해 보수단체를 지원하도록 한 사건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 개입 여부를 살피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수많은 의혹이 점점 구체화하는 상황에선 더이상 진실을 피해 갈 수 없다. 이번엔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핵심 사안들에 대해 명명백백히 진실을 가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반복되는 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또한 지금의 수사가 이 전 대통령한테까지 갈지 여부도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다. 단지 증거와 실정법 규정에 따라 진행될 뿐이다. 중요한 건, 전직 대통령의 형사처벌 여부가 아니라 지난 10년간 권력에 의해 자행되어온 반헌법 반민주적 행위들의 진상을 낱낱이 가려내 국민 앞에 드러내는 것이다.
역사적 진실규명 작업의 와중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과거에 발목 잡혔다’고 말하며 교묘히 이를 가로막고 나서는 것은 참으로 뻔뻔한 일이다. 정치적 반발을 확산시켜 자신에게 향하는 검찰 칼끝을 피해보겠다는 노림수로밖엔 보이질 않는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9월에도 페이스북에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일어나고 있는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적었다.
지금 진행되는 검찰 수사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라 미래로 가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다. 지난날의 잘못된 일을 드러냄으로써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자는 뜻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언사로 적폐청산 작업을 가로막으려 해도, 진실의 수레바퀴를 멈춰 세울 수는 없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건 촛불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구차하게 책임을 피하거나 ‘정치보복’으로 돌리려 하지 말고, ‘진실의 법정’에 서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